조금 욕심을 내어 말해볼까 하다가 그냥 그만두기로 했다. 이렇게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분에 넘치는 행복이다. 그러고 앉아 있는데 눈이 마주쳤다. 어. 입모양만으로도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조금 놀란 듯한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내 이쪽으로 다가온다. 형, 안녕. 그렇게 말하려고 했는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어라. 멍하니 바로 앞까지 다가온 형을 올려다 보았다. 살짝 찡그린 눈썹도 참 잘생겼다.
꼬맹이 왜 울어.
그 말에 눈을 깜박이자 금세 뺨이 축축해졌다. 어라 왜 이러지. 당황해서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눈물이 후두둑 무릎 위로 운동화 코끝 위로 떨어져 내렸다. 동그랗게 젖어들어가는 얼룩을 보며 나는 고개를 들 줄 몰랐다. 숨이 막혔다. 이대로 질식해서 죽으면 어떡하지 하고 생각했다. 형은 말이 없었다.
#
죽으려면 너 혼자 죽어. 물귀신 마냥 붙잡고 늘어지지 말고.
차가운 목소리에 숨이 막혔다. 눈물은 나지 않는다. 다 맞는 말인걸 저도 안다. 하지만, 하지만.
혼자는 싫어요.
웅얼거리며 몸을 웅크렸다. 귓가에 심장 뛰는 소리가 쿵쿵 울렸다. 목이 따끔거렸다. 형 형 형. 울음처럼 중얼거렸다. 욕심을 부리면 따라와줄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기적이고 철없는 자신이라면 말할 수 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그래선 안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좋은 사람. 착한 사람. 그래서 더 괴로운 사람.
그럼 내가 웃을까 울까. 저를 바라보는 눈이 반들반들 빛나고 있었다. 차마 눈을 마주하지 못하고 손을 뻗어 준홍의 눈을 덮었다. 가슴이 먹먹했다. 손바닥 아래에서 준홍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축축하게 젖어든 손바닥이 뜨거워서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왼쪽이 오른쪽을 너무너무 좋아하는게 좋아영. 오른쪽이 왼쪽의 버팀목? 정신적 지주? 뭐 이런 포지션이면 더 좋구영! ^q^ 모처에 종대 여신님들이 너무 많아서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데 전 일단은 영대영입니동... ㅋㅋㅋㅋㅋㅋㅋ 아 발랄하고 밝고 긍정적인거 쓰고 싶당
내 글은 다 캐붕 같아서 짜증난다 ㅠㅠ 뭘 하고 싶은거야 난 ㅠㅠㅠㅠㅠㅠ
너 나 좋아해?
내밀어진 노트의 구석에 작게 쓰여진 글씨에 영재는 눈을 찡그렸다. 펜을 들어 그 문장 위에 두 줄을 찍찍 긋고선 노트를 대현 쪽으로 밀었다. 대현은 힐끗 눈길만 주고선 고개도 들지 않았다. 수학 공식을 설명하는 선생님의 목소리보다도 사각거리는 샤프 소리가 더 크게 들려오는 듯 했다. 애써 수업에 집중하는 척 하는데 시야 한구석으로 노트가 슬그머니 내밀어졌다. 제가 두 줄을 찍찍 그어버린 문장 밑에 덧붙인 문장은 여전히 단정한 글씨체였다.
나는 너 좋아해.
글씨를 보고 있는데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영재는 마른침을 삼켰다.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지 알 수 없어서 영재는 조용히 손을 뻗어 노트를 덮어 제 책상 서랍 속에 집어넣었다. 대현은 딱히 반응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딴짓 같은건 안 했던 것 마냥 칠판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왠지 얄미워 영재는 고개를 숙여 교과서를 노려보았다.
눈물이 고여서, 넘쳐서, 흘러내린다. 갈거야? 흐르는 눈물을 닦아낼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더듬더듬 물었다. 대현은 그런 영재를 말없이 바라보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 두고 내가 어딜 가. 마른 팔이 영재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왈칵 울음이 터졌다. 못내 미안했다.